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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다….
겨우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자, 차가운 느낌만이 손에 담겨있다. 쓰러질 것만 같은 자세로 가까스로 벽을 짚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한 기분이다. 오랫동안 머무르는 무언가의 냄새가 코를 찌른다. 만약 볼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벽에 매달린 채 숨을 고르고 있을 것이다. 볼 수 있다면….
내가 눈을 떴을 때, 나 자신이 깨어있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정확히는 눈을 뜨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했다. 머리 위, 손 아래, 심지어는 정면조차도… 소매틱 링크에 연결된, 빛을 머금은 것처럼 밝고 은은하게 빛나던 줄기들조차 이상이 생겼는지, 작은 불빛 하나 없는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눈꺼풀만을 깜빡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앞이 보이기는커녕 나의 손가락조차 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한 암흑 속에서 나는 침묵을 지킨 채 식은땀에 젖어만 가는 의자 시트 위에 앉아만 있었다. 너무나 당황스러운 상황에 놓인 것에 극도로 긴장한 채 불안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얼어붙어 있었다.
한 치 앞조차 보이지 않는 칠흑으로 뒤덮인 이곳에서,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음이 틀림없고, 이를 내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책임감, 그것을 계속해서 떠올리며, 바닥이 없는 발밑을 향해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온 신경을 집중해서 내디딘 발끝에 무언가가 닿았을 때, 방의 바닥으로 추정되는 발판과 있을 리 없는 또 다른 무언가가 나의 행동을 따라 하듯 조심스럽게 찰방거리는 소리를 냈다. 얕은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어서 빨리 원인을 파악하고 싶다는 조급함에 이를 무시하고 발을 내밀다가 결국 발을 헛디뎌 의자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가벼운 금속 바닥에 몸이 부딪히는 소리 아래, 오비터에서는 들을 수 없던 이질적인 소리가 섞여서 귓속에서 울린다. 미끄러진다는 당혹감에 묻혀서 희미하게 들렸으나, 분명 액체가 큰 충격을 받으며 밀려나는 소리였음이 확실하다. 그 소리가 어디에서 들리는지 생각할 틈도 없이, 바닥에 소리의 근원지가 고여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얼굴을 보호하려고 반사적으로 머리를 감싼 왼팔을 떼면서 오른팔로 바닥을 짚을 때, 웅덩이에 손을 짚었다는 느낌이 소리와 함께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언가 다른 것같이 느껴졌다. 액체는 틀림없지만, 평범한 물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온 바닥에 고여 있음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아무런 피해가 없는 이상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확인할 시간도, 그럴 필요도 없었기에 서둘러 움직임을 자처했다. 하지만 방금과는 생각이 달라졌다. 문을 찾아야 했지만, 바닥에 구르면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성급히 일어나서 문이 있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달렸다가는 의자 뒤편의 낭떠러지로 떨어질지도 모른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기어가면서 바닥에 손바닥을 붙인 채 앞으로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벽을 찾았다.
수 번의 휘저음 끝에 손이 벽으로 추정되는 차가운 판에 닿았다. 가까스로 이를 손에 짚고, 쓰러질 것만 같은 자세로 서 있다가 등이 벽에 닿을 수 있게 몸을 추스르고 잠시 숨을 돌렸다. 내가 있었던 방임을 서서히 확신하게 되면서 안도감이 찾아옴과 동시에 자극적인 냄새가 코에 맴돌아, 이를 막으려는 듯 손등을 얼굴에 가져다 댔지만 더욱 심해질 뿐이었다. 얼굴 전체를 감싸듯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이 냄새는 이미 나의 손에 가득 담겨있었기에…. 익숙하지만 반갑지 않은 이것은 어두워서 보이지 않지만, 생채기 속에서 반짝이는 검붉은 색의 끈적거리는 그것임이 분명했다. 구역질이 나는 걸 간신히 참아내고 보이지 않는 문을 향해 고개를 든 채 벽을 짚으며 모걸음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