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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방이는 발걸음을 옮겨 자리 위에 걸치고, 편안하게 몸을 뉘었다. 주변 환경은 불안감을 조성하기에는 충분했지만, 항상 몸을 뉘이던 곳만큼은 큰 안정감을 줬다. 눈이 서서히, 무겁게 감겨만 갔다. 그 누가 보더라도 피곤함에 절은 아이가 자리에 눕자마자 잠에 빠져드는 것으로 보였을 만한 광경이었다.

 

감겨가는 눈꺼풀 사이로 이리저리 흔들리던 촛불이, 눈이 완전히 감기기 직전에 꺼져가는 것을 목격하는 순간, 촛불의 뒤쪽 너머에서 다가오는 커다란 형체를 눈치챘다. 잊고 있었다. 그저 악몽이니 더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던, 실체 하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던 무언가…. 

 

분명 이것은 악몽이다, 꿈에 불과하다 그렇게 여겼으나, 서서히 바닥을 텀벙이며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발소리는 너무나 생생하게 온몸을 진동시켰다. 눈을 떠보려고 했으나 뜨이지 않았다. 눈은 자연스럽게 감겼던 것이 아니었다. 마치 가위눌린 듯, 아무리 용을 써도 눈을 뜰 수 없었고, 온몸은 사슬에 감긴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식은땀이 뺨과 손등을 타고 내려오고, 의자에 닿아있는 몸은 피와 물이 섞인 역겨운 축축함을 등진 채 묶인 듯 고정됐다. 눈꺼풀이 떨릴 때마다 온몸이 함께 떨렸고, 미세하게 열린 채 후들거리는 입술에서 가쁜 숨만을 내쉴 수 있었다. 공포에 마비된 것처럼 얼어붙어 있었으나 울리는듯한 발소리는 무자비하게 커져만 갔다.

 

굳게 닫혀있는 눈꺼풀 아래에는 붉은 암막만이 나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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