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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전투 도중 워프레임과의 연결이 흐릿하게 약해질 때가 종종 있었다. 코퍼스 지역, 특히 목성에서 그 현상의 발생빈도가 높았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고, 크게 영향을 미치는 일도 아니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었다.
마지막 남은 코퍼스의 가슴을 에너지 손톱으로 갈라버리고 뒤돌아서는 순간, 눈 앞이 까맣게 멀어졌다. 다시 눈 앞이 밝아졌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착륙정 내부의 모습이었다. 소매틱 링크의 감촉과 허공에 뜬 눈높이를 보니 워프레임과 연결이 끊긴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급하게 오디스를 찾았다.
“오퍼레이터! 무슨 일인지 궁금하죠? 그럴 줄 알고 오디스가 미리 조사를 해봤답니다! ...하지만 별다른 원인은 발견되지 않았어요”
말을 마치고 잠시 뜸을 들인 오디스는 다시 말을 시작했다.
“다행히 전투가 거의 끝날 때쯤이라 큰 문제는 없고, 다른 오퍼레이터들이 워프레임을 챙겨다 주었답니다!”
다시 연결을 시도했다. 노이즈가 끼고 약해진 연결이 느껴졌다. 착륙정 입구에 쓰러져있던 몸을 일으켜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깊숙한 안쪽에 숨겨진 문을 지나, 그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눈을 감고 있는 그 몸을 보는 건 아직도 어색했다. 그 앞에 멈춰섰다. 의식이 멀어지고, 다시 돌아왔다. 자신의 몸보다 익숙한 무기질의 피부가 보였다. 무릎 위에 쓰러지듯이 기댄 머리에 손을 감싸대었다.
"어째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가만히 손바닥 아래 에너지의 흐름만 미약하게 느껴졌다. 희미한 흔들림이 느껴졌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작던 흔들림은 점차 커지며 격렬해졌다. 당황하고 있는 사이 이미지들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귀를 찌르는 날카로운 소리, 몸을 헤집는 고통에 갈가리 찢긴 시야들. 깊숙히 묻어둔 기억들이 스멀스멀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소리가 되지 못한 비명의 맛이 입 안에 감돌았다. 다시 실험대에 묶인 것처럼 몸이 조여오고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차, 밀쳐냈다.
밀려난 나의 워프레임은 바닥에 축 늘어져 굴렀다. 쓰러져 누운 채 꼼짝도 하지 않는 워프레임을 내려다보았다.
폭력과 고문에서 살아남아 전투를 시작한 나의 워프레임은, 강하다. 그러므로 내 워프레임에게 과거의 일은 더 이상 공포가 아니다. 아니어야 했다. 텐노들의 전투는 이제 시작이고, 싸워야한다.
하지만 묻어둔 기억이 비집고 올라왔을 때, 워프레임에게서 느껴진 것은 깊은 어둠이었다. 깊고 깊은, 발을 들이면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은 어둠속에서 울리며 의지도, 투지도 차갑게 식혀버리는 그 차가움은 분명 공포였다. 끔찍했던 연구실을 벗어나며 극복했다고 생각했던 감정이 높이 차오르는 파도처럼 몸을 집어삼켰다.
바닥에 쓰러졌던 워프레임이 천천히 일어났다. 축 늘어진 몸은 마치 거대한 짐을 진 것 같았다. 잠시 이쪽을 바라보고 섰던 워프레임은, 곧 의식없는 인형처럼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리고 일어나지 않았다.
이후로 다그치듯이 몇번이나 연결을 시도해봤지만 마치 연결을 거부하는 것처럼, 말 그대로 튕겨졌다. 정확한 원인은 알지 못한 채 전투에 나가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답답하고, 원망까지도 들었다. 하지만 워프레임이 없인 전투를 나갈 수가 없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